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마케팅 노하우가 있을까?

Insight/Column

by JasperL 2019. 1. 12. 23:19

본문

여러 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다보니 요즘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모든 산업, 모든 회사,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마케팅의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경력을 쌓다보면 전문가가 되고, 모든 게 명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을 보면 호락호락한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퍼포먼스 마케터의 위치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서인지, 처음에는 디지털 마케팅은 무조건 퍼포먼스 마케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단순히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와 같은 광고 플랫폼을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의미한다. 왜냐면, 그때까지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팅은 무조건 광고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컨텐츠나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다른 길이 있지만, 디지털 마케팅의 최대 장점이 바로 ROAS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이 디지털 마케팅의 꽃이라고 본 것 같다. 어떻게까지 생각했었냐면 광고는 모두 정량적으로 성과를 측정 가능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광고는 집행하면 그건 돈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위와 같은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때로는 눈앞의 데이터를 포기하고 사람의 본성을 믿고 마케팅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아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보면 된다.

 

상위노출이 생명(화장품, 한의원)

퍼포먼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대학 시절에 화장품 판매와 다이어트 한의원을 겸업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블로그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작업은 바로 작업용 네이버 블로그에 같은 내용의 글을 단어 단위로 순서를 바꿔서 올리는 것이었다. 키워드는 계속 바꿔서 하루 8개의 글을 쓰는 게 할당량이었다.

알바라서 시키는대로 하긴 했지만, 단순히 키워드를 잡기 위해 단어 순서만 바꿔서 같은 내용의 글을 계속해서 작성하는 업무는 굉장히 재미가 없었다. 특히, 그렇게 저품질의 작업 블로그를 양산하는 것은 브랜딩 관점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저 입장에서는 검색을 했을 때, 아무 내용도 없는 글이 나오는 것을 좋게 생각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루 할당량인 8개의 글을 묵묵히 채웠다, 그러나, 그때는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지금도 좋은 품질의 글을 정성스럽게 작성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좋은 브랜드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다만, 아래와 같은 몇몇 경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지금의 내 의견이다.

  • 사업 초기,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일반 키워드에 대한 장악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검색을 통해 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User Journey에서 구매를 결정하기 가장 마지막에 보통 검색이 위치하기 때문에, 키워드를 잡는 것은 필수적이다.

  • 경쟁사가 그리한다.
    물론, 경쟁사가 위와 같은 작업을 통해 지속해서 상위 키워드를 장악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해야한다.

  • 너무나 많은 키워드를 잡아야 한다.
    오프라인 지점이 많은 경우(예 : 다이어트 한의원, 학원 등), 여행 관련 서비스(각 여행지마다 어마어마한 일반 키워드와 세부 키워드가 존재한다.), 취급하는 제품이 많은 경우 등 많은 키워드를 잡을 때는 작업을 해야할 지 모른다.

  • 저관여 제품이라 제품에 대한 평가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다.
    제품의 가격이 저렴하여 고객에게 저관여 제품인 경우, 유저는 사실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검색했을 때, 상위 노출되는 브랜드이면 고객의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키워드 작업을 해서 상위 노출 블로그를 만들면 좋다.

위와 같은 예시 뿐만 아니라 이런 상위 노출이 필요한 경우, 아르바이트를 운영해서라도 상위 노출을 시키는 게 좋을 것이다. 다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네이버 상위노출 로직이 많이 변경되어 작업 블로그 공장 자체가 죽은 상황이고, 검색도 유튜브로 한다고 할 정도로 유튜브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기이니 상황을 잘 보고 판단하면 좋을 것 같다.

 

내 얼굴은 CPM으로 내보내줘(학원)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대행사에서 일할 당시, 학원 광고주를 맡아 광고 대행을 진행한 적이 있다. 구글 애드워즈를 이용하여 DA를 집행 중이었고, 당연히 캠페인 목표에 맞게 vCPM, eCPC, 타겟 CPA 등 다양한 입찰 전략을 믹스하여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광고주에게서 모든 캠페인을 vCPM으로 바꿔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유는 당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바로 스타 강사 몇 명이 자기 얼굴이 나오는 광고를 많이 못봤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광고주의 말이 제일 중요한 대행사 입장에서 그 말을 따라 vCPM 설정을 하였으나, 퍼포먼스 마케팅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좀 더 전환을 많이 낼 수 있는 타겟 CPA 전략이나 eCPC 전략을 포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때로는 한 사람이 시장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담당하고 있던 광고주의 스타강사 한 명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강사 한 명 따로 채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빠져나간 강사 한 명은 매출이 통째로 줄고, 그 강사에 배정되어 있던 예산 자체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위에서 언급한 불만 많은 그 강사가 나간 것은 아니어서 내 탓은 아니었지만, 다른 스타 강사가 오기까지 예산 자체가 줄어들어 대행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광고를 최적화한다고 해도 사라진 매출은 메꿀 길이 없었고, 나는 강사의 맨파워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강사마다 천차만별인 실력과, 동시에 스타 강사를 따라다니는 학생들의 특성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현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다시 이와 같은 시장에 마케팅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비효율적인 광고라도 스타 강사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집행할 것이다. 또한, 무턱대고 광고에 쏟는 비용을 늘리기보다 스타 강사 영입을 위한 업무에 포커스를 맞추는게 좋은 퍼포먼스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들은 아무나 믿지 않는다(P2P 금융, 블록체인)

이건 가장 최근의 일인데, P2P 금융업체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두 업무를 동시에 진행한 것은 아니고 시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둘을 한 번에 묶어서 글을 쓰는 이유는 두 산업이 돈과 관련이 되다 보니깐 비슷한 산업과 고객의 특성을 마주했기 때문이다.(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산업의 특성이 비슷하여 편의상 '이 산업'으로 통칭하겠다.)

사실, 이 산업에도 퍼포먼스 마케팅의 바람이 불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마케팅에 보편적으로 SEO, SEM, 디스플레이 광고, 동영상 광고, 이메일 마케팅 등의 디지털 마케팅 수단을 통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산업과는 좀 다르다. 이 산업에는 굉장히 많은 돈이 돈다. 고객 한 명당 LTV(Life Time Value)가 높고, 이를 위해 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 높은 CAC를 사용하면서 마케팅을 하였고, 최대한 이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마케팅을 진행하며 고객 관점으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애초에 제품 자체가 자신의 돈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높은 금융 상품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나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어디에든 광고가 따라다니게 하고 그 광고를 통해 신뢰도를 제고하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인데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에서부터, 리워드 제공이나, 추천 시스템, 그리고 그로스 해킹(이라 쓰고 어둠의 방법이라 읽는다.)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타계하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 가장 잘 먹힌 방법은 다름이 아닌, 투자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우리 서비스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답변을 달고, 그 답변을 통해 신뢰도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처음에는 광고로 알았던 유저들도 하나 둘씩 그 정보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경쟁사보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품이었음에도 브랜딩이 될 수 있었다. 오히려, 같은 노력을 쏟은 단순 퍼포먼스 마케팅보다 더 높은 퍼포먼스가 나온 셈이었다.

 

결국 정답은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위 경험은 성공했지만, 나는 이 방법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런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항상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금융 상품의 경우, 이렇게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부도가 나버리면 답이 없다. 위기관리 지침에 따라 때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지만, 이전에 해오던 커뮤니케이션이 습관화가 되어 있어 고객의 기대를 져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방법을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고안해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말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하면 무조건 디지털 상에 있는 광고 매체를 활용하여 집행하는 매체를 떠올린다. 그러나,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다보면 그 퍼포먼스가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PPL과 같은 경우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엄청난 퍼포먼스를 낼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