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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프로덕트는 본질적으로 쉬워야 한다

Insight/Column

by JasperL 2023. 6.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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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프로덕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이다. 주로 인간의 손이 타는 매뉴얼한 업무를 자동화하여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거나, 도저히 현재 상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덕트가 사용된다. 즉,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행위에는 더 적은 리소스(사람, 두뇌, 돈, 시간 등)를 투입해서 동일한 산출물 또는 더 많은 산출물을 내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프로덕트를 처음 만들 때 이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해결하고자 사용하기 쉬운 툴을 만들기 마련이다. 사용하기 쉬운 것이 바로 효율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고 각종 기능들이 붙으면서 툴은 어려워지고 무거워진다.

물론, 이렇게 변화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고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잠재고객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문제를 던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들을 붙여가면서 더 많은 고객들을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기능들이 붙으면서 툴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문제만 많이 풀면 되지 어려운게 무슨 상관이냐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사실 학습이라는 리소스를 간과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툴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이고 리소스를 적게 투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툴이 무거워지면 그만큼 학습을 위해 투입할 리소스가 많아지게 된다.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은 한정적이다.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어느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아예 그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카오스 상태가 되는데, 기능이 너무 많은 툴이라면 이런 상태를 유발하지는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선의로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 자유성을 주려고 하다가 고객에게 오히려 패닉을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새로 유입되는 고객 또는 세일즈 단계에 있어서 너무 많은 기능들이 노출되면 도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모든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서 어려운 툴이라면, 과연 잠재고객이 긍정적인 생각 회로를 돌리는 게 가능할까? 이 프로덕트를 사용하면 얼마나 자신의 업무가 개선될지, 그리고 그렇게 개선된 결과물을 어떻게 보고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 툴은 세일즈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운 지점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잘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해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나 어려워서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툴. 과연 사고 싶을지 의문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다 하는 만능 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만능 툴에 대한 언번들링을 통해 시장을 뚫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로 이런 기존 툴의 높은 학습 곡선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일즈포스는 정말 완벽한 B2B 세일즈마케팅 솔루션이지만, 높은 비용과 도입사용 난이도로 특정 기능만 빼서 만든 파이프드라이브나 허브스팟 등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더 많은 것을 제공하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매몰되면 안된다. 가끔은 덜어내거나 오히려 더 쉽게 만들려는 생각도 함께 해야 신규 유저가 계속 유입될 수 있는 그런 프로덕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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